기업 인적성 검사에도 모범 답안은 있는가 세상읽기

‘나는 가끔씩 야한 상상을 할 때가 있다.’ ‘나는 아는 사람을 봐도 다가가 아는 척하기보다 피해가는 편이다.’

인·적성 검사에서 단골로 나오는 질문들이다. 나는 인적성 검사가 두렵다. 이런 질문을 마주할 때면 O라고 해야 할지 X라고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 야한 상상을 안 한다면 거짓말이겠으나 그렇게 답하는 것도 찝찝한 게 사실이다. 시험지를 나눠주는 감독관들은 말한다. “그거 별거 아니니까, 그냥 솔직하게만 답하면 됩니다.” 그리고서는 한 마디 덧붙인다. “면접할 때 참고자료로만 쓰는 거니까요.” 구직자 입장에서, 인생이 달린 문제인데 참고자료라고 중요하지 않겠는가.

요즘 기업마다 인적성 검사라는 걸 치른다. 표면적으로는 인성을 본다고 하지만, 사람의 성품이라는 게 어찌 객관식 OX퀴즈로 파악될 수 있겠는가. 인적성 검사는 정확히 말하면, ‘성격 유형 테스트’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성격을, ‘내향적-외향적, 적대적-친화적, 총동적-성실성, 폐쇄적-개방적’이라는 기준에 따라 분류하는, 차가운 작업인 것이다. 이를 통해 성격에도 우열이 매겨진다. 따지고 보면, 전자의 성격 유형은 대체로 좋은 쪽에 속하고 후자는 나쁜 쪽에 속한다.(어디까지나 기업의 입장에서) 내향적이면서 충동적이고 폐쇄적인 사람을 누가 뽑겠는가 말이다. 스스로 멀쩡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해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사회의 과학은 끊임없이 사람을 ‘수치화’ 하려고 한다. 숫자야말로 객관적인 무엇이기 때문이다. IQ테스트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이에 대해 반감을 가졌었다. 그러나 이제는 ‘감정능력’을 평가하겠다고 나서는 인적성 검사에도 별다른 반감이 없다. 문제는, 감정능력, 즉 성격이라고 하는 인간의 가장 미묘하고 복잡한 부분까지 과연 수치화가 가능한가에 있다. 수 년 간 알고 지낸 사람에게서도, 미처 내가 몰랐던 부분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는데 말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오히려 이러한 기술이 개발될수록, 정작 지원자 본인에 대해서는 무관심해진다는 것이다. 대면 면접을 통해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성격 테스트의 객관적인 데이터를 보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직자들은 인적성 검사에서도 ‘모범 답안’을 찾는 웃지 못 할 촌극을 벌인다. 몇 년 후에는 인적성 검사에 대비하는 사교육 시장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사교육 시장은 지원자들의 ‘불안’을 먹고 사니까 말이다. 그렇게 되면, 야한 상상에 대한 적절한 대답도 찾을 수 있을까..

‘가타카’라는 SF영화가 있다. 인류의 미래 모습을 그린 영환데,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면접’ 장면은 꽤나 의미심장하다. 주인공의 면접은 단 5초만에 끝이 난다. 그의 혈액 한 방울이 그에 관한 모든 데이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자신에 대해서, 또 자신의 꿈에 대해서 단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탈락한다. ‘숫자’와 ‘과학’에 대한 맹목적인 숭배가 가져올 우리사회의 가까운 미래다.


덧글

  • ㅋㅋㅋ 2014/01/24 20:18 # 삭제 답글

    불안한 예감은 늘 현실이 되죠. 글을 언제 쓰셨는지 날짜를 찾을수는 없습니다만, 2014년 현재 인적성 학원 생겼습니다. 참 좋~~~~~~~~~~은 나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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