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이해하기는 쉽지만 세상을 느끼기는 어렵다.
한 때 유튜브에서 유행하던 동영상 중에 '직장인의 하루'이라는 게 있었다. 알람소리에 고함을 지르며 일어난 주인공은 시종일관 '아악' 고함을 지르며 이빨을 닦고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며 밥을 먹은 뒤 다시 잠에 든다. 이 동영상은 '고등학생의 하루', '군인의 하루' 등 여러 버전으로 패러디 되기도 했다. 하나같이 단순하고 무의미한 삶의 반복이다. 이른바 '탈서사화된 삶', 삶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 줄 '이야기'가 실종된 삶이 곧 우리네 삶인 것이다.
영화 <달팽이의 별>의 봤다. 시청각복합장애를 갖고 있는 한 남자와 그를 옆에서 보살피며 살아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관객들이 이 영화에 감동하는 이유는, 어떻게 의미있는 삶이 가능한가를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본다. 조영찬 씨가 나무를 끌어안고 '데이트'를 하는 장면에서, 순호 씨가 난간에 맺힌 빗방울을 느끼며 자신의 유년 시절을 얘기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의미로 가득찬 삶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게 된다. 우리네 삶에도 익히 있었을 법한 사소한 일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의미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영화에는 장애인을 다루는 다큐에서 흔히 나오는 '생계고'에 관한 이야기가 없다. 물론, 이 부부의 살림이 넉넉해서가 아니다. 감독은 영화의 '일관성'을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는 그가 말하는 일관성이란 곧 '이야기가 있는 삶'을 보여주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조영찬 씨는 글을 쓴다. 시를 쓰고 소설 공모전에도 출품한다. 영찬 씨가 점자기로 쓰면 순호 씨는 한글로 번역해낸다. 나는 영찬 씨가 '글'을 쓴다는 사실이 사뭇 상징적이라고 생각했다. 글은 곧 서사다. 자기 삶에서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내지 못 하는 사람이 글을 쓸 수 있겠는가. 자기 삶에서 이야기와 의미를 생성해내는 사람이라면 글쓰기에 천착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감독은 시청각복합장애인이 느끼는 세계란 어떤 세계인가를 잘 표현하고 있다. 내래이션으로 읽는 영찬 씨의 문장들은 특히 그러하다. 감독은 사운드에도 많은 공을 들렸다. 청각장애인이 느끼는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스칸디나비아 사운드 팀과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 소리가 가지는 여운은 지금도 내 귓전에 남아있다.
- 2012/03/3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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