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사기꾼보다 더 나쁜 저축은행의 '약탈적 대출' 세상읽기

최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사기 사건을 취재했다. 사기 수법은 수법이라고 하기도 민망할 만큼 단순했다. 명의믈 빌려주면 대출을 받아 땅에 투자한 뒤 수익금을 돌려주겠다는 꼬임이었다. 그러나 대학생 수십 명이 당장 백만 원을 준다는 데 혹하고 말았다. 등초본을 떼 주고 저축은행 직원에게 전화가 오면 미리 짜 준 각본대로 대답을 했다. 신용도 없고 소득도 없는 대학생들이 저축은행에서 천만 원이 넘게 대출을 받았다.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느낀 건 사기 행각 자체보다 저축은행의 이른바 '약탈적 대출'이 더 문제라는 것이다. 피해 학생들은 요즘 매일 같이 빚 독촉 문자를 받는다. 문자는 분 단위로 날라온다. 두 달 동안 이자를 갚지 않으면 채권을 다른 곳(?)에 넘기기 때문에 그 때부터는 우리도 책임질 수 없다는 협박까지(아주 공손한 말투로) 이뤄진다. 

사기를 당했다고 호소해도 소용이 없다. 전화를 통해 본인 확인을 한 이상 절차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자율은 피해 학생 모두 35%를 웃돈다. 법정 최고 이자율인 39%에 육박한다.

금감원은 대학생 부채 문제가 심각해지자 저축은행에 지침을 내렸다. 대출 신청인의 소득 증명은 반드시 문서로 하라는 것이 첫째다. 또, 대출금이 일정액을 넘으면 부모의 보증을 받도록 했다. 금리도 획일적으로 적용하지 말고 대출인의 상환 능력을 고려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대학생 A씨는 H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이미 천만 원을 C저축은행에서 대출받은 상태였다. 학원비를 위해 천만 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는 말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최초 대출이 어렵다던 H저축은행은 태도를 바꿔 6백만 원을 빌려줬다. 금리는 39%였다. 취업 여부도 구두로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약탈적 대출 과정에서 이득을 보는 또 하나의 집단이 '대출모집법인'들이다. 이들은 저축은행과 수탁 계약을 맺고 대출 모집을 대리한다. 대출 실적이 많을 수록 수수료도 늘어나기 때문에 각종 스팸문자나 광고를 통해 대출 모집에 열을 올린다. 금감원 지침은 여기서도 서류 상의 지침일 뿐이다. '대출모집인제도 모범 규준'은 대출모집법인이 저축은행 1개사 하고만 수탁계약을 맺도록 했다. 여러 곳의 업무를 대리할 경우, 마구잡이로 이런저런 대출상품을 소비자에게 소개할 위험 때문이다. 그러나 대출모집법인들이 난립하면서 한 모집법인이 다른 모집법인에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문어발 대출모집이 공공연하게 이뤄진다.

지난달 24일 노회찬 진보정의당 의원이 금감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약탈적 대출 피해자 규모는 최소 182만여 명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저축은행을 이용한 대학생 연체자만 2만 천여 명이다. 그러나 과잉대부 행위에 대한 정부 규제는 겉돌고 있다. 적발 건수 자체가 적을 뿐더러 처벌도 과태료나 일부 영업정지에 그친다. 정부 지침도 위에서 보듯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사기꾼이 저축은행의 허술한 대출 절차를 악용하고, 저축은행은 고금리 이자놀이를 하고, 중개업자들은 수수료를 챙기는 사이 돈을 빌린 대학생들은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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