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後]현장실습생 김민재 군 의식불명 1년, 바뀐 건 아무 것도 없다 살며 생각하며

김군의 사연을 듣게 된 건 우연이었다. 얼마 전, 민주노총 소속의 한 노무사와 밥을 먹다 현장 실습생 이야기가 나왔고, 김군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광주시의 한 금형공장에서 일하던 김군은, 손가락이 수백 킬로그램짜리 철재 용기에 깔려 손이 "떡"이 되는 사고를 당했다. 노무사는 김군이 최대한 보상을 받도록 도우려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김군과 김군의 아버지는 공짜로 돕겠다는 노무사를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낮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컸다.

그로부터 며칠 뒤, 김군의 전화번호를 수소문 해 전화를 걸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사람은 불행을 당하면 누구라도 기댈 곳을 찾는 법인데, 산재를 겪고도 노무사의 도움을 거절할 정도면 기자 따위와는 말도 섞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군의
태도는 예상과 달랐다. 묻는 족족 길고 자세하게, 때로는 자신의 감정까지 실어가며 내게 사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가 난 날은 지난해 11월 14일. 김군은 한의원에서 곧잘 볼 수 있는 거대한 탕제기 안에 들어가 '글라인드' 작업을 하고 있었다. 탕제기는 1미터 높이의 임시 지지대 위에 설치돼는데, 김군이 몸을 뒤로 빼는 순간, 탕제기가 지지대에서 기울며 바닥으로 떨어졌고, 김군의 손가락을 짓이겼다. 당시 많이 아팠느냐고 묻자 김군은, 순간 의식을 잃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화를 끊고 보니 통화 시간이 한 시간에 가까웠다.

현재 김군은 손가락을 제대로 펼 수도 접을 수도 없다. 젓가락을 사용할 수도, 혼자 옷을 입을 수도 없는 지경이다. 오른쪽 손등에는 가로 세로 2센티미터의 금속판이 박혀 있다. 김군이 하루종일 집에 있는 이유다. 나는 그제서야 김군이 전화통화에서 왜 그리도 많은 얘기를 했는지 깨달았다. 김군의 집은 발을 디딜 수 없을 만큼 냉골이었다. 방 한 구석에 중학생인 동생이 난로를 켜놓고 TV를 보고 있었다. 어린 동생 둘을 데리고 어둑한 방 구석을 지켜내야 하는 김군의 어깨가 무거워보였다. 

김군은 만나는 내내 "손을 다쳐서 일을 못 할까봐 걱정"이란 말을 반복했다. 조은 교수가 <사당동 더하기25>에서 지적한 것처럼, 가난한 사람들은 "가진 것이 몸뿐"이다. 몸이 망가지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김군이 느끼는 불안도 이런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 

내가 분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업체 측의 태도였다. 사장은 자신이 얼마나 김군을 아꼈는지 여러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그건 단지 사고였다", "걔가 뭐 평생 손을 못 쓰는 것도 아니고..." 따위의 말들을 들을 때면, "당신 아들이 똑같은 사고를 당해도 그렇게 말하겠느냐"고 묻도 싶었다. 그러나 기자가 확인할 것은 업체의 과실 여부이지, 업체 사장의 양심은 아니기에 더 따지고 들진 않았다. 업체는 '현장실습 표준협약서'의 의무조항인 '위험방지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2011년 12월,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일하던 실습생 김민재 군이 뇌출혈로 쓰러진 지 1년이 지났다. 김군 사건 이후로 정부는 각종 대책을 내놨다. 초과근로를 금지하고 안전교육을 의무화한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를 고시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내가 현장 실습생들을 취재하며 내린 결론은, 한 마디로 '바뀐 게 없다'는 것이다. 표준협약서는 유명무실했다. 정부는 협약서를 고시하며 초과근로가 금지됐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협약서 말미에 '특례조항'을 넣어 만 18세 이상은 초과근로가 가능하도록 '꼼수'를 부렸다. 또, 천 명도 안 되는 전국의 근로감독관들이 6만 여명에 이르는 전국의 현장 실습생을 모니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학교도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어느 업체든 학생들을 보내기 바쁠 뿐 현장지도에는 손을 놓고 있다.  

현장실습제도는 본래의 도입 목적을 잃은 지 오래다. 이 제도는 교육과정의 하나로 포장돼 있지만 실상은 저임금 불안정 노동의 가장 열악한 형태 중의 하나일 뿐이다. 임동헌 위원장(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이 지적했듯, 외국의 현장실습제도는 기업의 '사회적 기여' 차원에서 이뤄진다. 기업이 공짜로 학생들을 교육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정반대다. 교육 프로그램 따위는 없으며 학생들은 여느 직원처럼 일할 뿐이다. 다만, 더 싸게. 더이상 현장실습을 정상화 할 의지가 없다면 차라리 폐지하는 게 맞다.


덧글

  • DD 2013/01/20 15:01 # 삭제 답글

    좋은 기사 잘 읽고 갑니다. 몰랐던 악습이랄까 어두운 구석을 알고 갑니다. 알아봤자 제가 뭘 해줄 수 있는 건 없지만.. 일단 알고 갑니다.
  • 백범 2013/01/20 17:47 # 답글

    그러면 그렇지요. 역시나... 그래도 저렇게 희생자가 나와야 움직일까 말까 해요. 우리나라 실업계 교육 자체가 썩었습니다. 전공기술을 똑바로 안 가르칠거면 안전교육하고 노동법 관련이나 부당노동, 과로에 대한 것이나 제대로 가르치던가.

    우리나라 실업계학교나 종합고등학교 실업계학과는 안가는게 좋아요. 가난 문제가 아니라 실업계학교들 운영상태가 엉터리라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실업계 선생들, 학생들 저렇게 내보내고 그냥 전화나 어쩌다 한두통 하고 땡... 가르치는 것도 없지만 관리도 제대로 안합니다.

    그리고, 말만 특성화고등학교 라고 해놨지 20년전, 30년전 실업계학교하고 달라진게 없습니다. 지금은 어떤가 모르겠는데 크게 안바뀌었을 것입니다. 실업계학교에서 안전교육이라던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교육 안시켰을 것입니다. 뻔할 뻔자지... 그러고는 취업나간 학생한테 전화나 몇통 하고 끝.

    실업계학교들 제대로 가르치지도 않고 현장에 무조건 내보냅니다. 그러니 현장 가서 적응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취업내보냈네 하고 선생놈들 제대로 관리도 안합니다. 안전교육도 제대로 시킬까 말까에, 부당노동행위 관련 교육도 안 시키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사람들이 가서 적응하기 정말 힘듭니다. 게다가 열악한 환경에서 학생들 부려먹고는 잘하네 못하네...

    취업후 나몰라라 하는 것하고, 기술이나 이딴거 제대로 안 가르치는 것은 둘째치고, 부당노동행위나 이런게 있다는 말 조차 안해줍니다.

    안전교육 같은 것도 있더라도 정말 허술합니다. 공업입문인가 뭔가 이상한 과목은 있어도, 안전요령 같은 것은 잘 안가르쳐요. 나중에 환경인가 뭔가 하는 이상한 과목도 생겼다고 들었습니다. 그나마 나은 실업계학교는 형식적으로 실습 직전에 안전관련 교육을 시키지... 지금이나 20년전이나 거의 안바뀌었을 것입니다. 공업입문이나 환경같은 쓸데없는 과목들 가르칠 시간에 차라리 부당노동행위나 과로에 대한 교육이나 제대로 시키던가 하지...

    그리고...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칠까 말까 하는 안전교육을 업체에서 시킬 리가 없겠지요. 그것도 뻔하지...

    실업계학교나 종합고등학교 실업계학과는 안가는게 좋습니다. 확실히.

    실업계학교 학생이나 종합고등학교 실업계 학과 학생들, 고3때 6,7월쯤에 취업 나가서 온갖 불이익, 잡일 다하거나 or 천대꾸러기 신세가 됩니다. 현장실습 안나가면 또 이런저런 불이익을 줍니다.
  • 백범 2013/01/20 17:45 # 답글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해서 공장 가거나 시장에서 배달하거나, 아니면 알바 전전하는게 낫지, 실업계학교, 종합고등학교 실업계, 그리고 공과계통 전문대는 안가는게 좋습니다. 배우는게 거의 없습니다.

    실제로 실업계 고등학교나 실업계학과나 전문대 공과계통 학과들 중에 컴퓨터나 컴퓨터 관련 학과들 빼고, 몇%나 자기 전공대로 가는지 조사해보면 반도 안됩니다. 다들 학교 간판만 100% 90% 자격증 취득, 100% 90% 취업 나오는데... 그거 다 개뻥입니다. 안전교육도 안 시키고, 부당노동행위 관련 교육도 안 시키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들이 쉽게 적응할 수가 없지요. 그리고 어떤 업체는 견습생이라서 월급 안주는 데도 많습니다. 주더라도 적은 돈 줄까 말까...

    안전교육도 제대로 시키지 않는 학교들도 많습니다. 안전교육 시켜도 형식적이고... 지금은 어떤가 모르겠는데 크게 안바뀌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부당노동행위라던가 과로 어쩌고 저쩌고 이딴것 안 가르칩니다.

    적당히 시간때우고 적당히 졸업장이 필요하다면 모를까, 기술 제대로 배우려면 차라리 돈 들여서 서울이나 부산, 대전같은데 있는 기계관련 자격증학원, 건축관련 자격증학원, 그리고 웬만한 중소도시에 널린 요리 학원을 다니는게 낫지.

    안전교육하고 부당노동행위 관련, 과로 관련된 교육만 시켰어도 과연 저렇게 허망하게 저리 됐을까요? 다친 학생만 안됐지...
  • 백범 2013/01/20 17:58 # 답글

    그리고 원칙적으로 하면 2학기 중에 현장실습을 나가야 하는데, 선생놈들이 귀찮으니까 고3때 5월, 6월쯤에 취업내보냅니다. 그래요. 원래는 스카우트 해가겠다고 기업이 우수한 학생들을 달라고 해서 보내면 그렇게 보내도 되는데, 이건 그냥 5,6월이면 그냥 보내버립니다. 원래는 8월 이후에 현장실습 보내야 정상입니다. 2학기에 하는 것이니까...

    그나마 전문대 공과계통 학과는 조금 나은게 2005,6년 쯤에 현장실습이 생겼는데 그건 그래도 여름방학 한 달이더군요. 그러다가 잘 풀리면 정착하고 안 풀리면 2학기 학교 등교하고. 조카녀석 말을 들어보니... 그런데 실업계학교는 그런것 없습니다. 가끔 현장실습 못나갔거나 빠꾸먹으면 전공실에서 자거나 잡일한다고 하는데, 얼마나 눈치주는지 모릅니다. 본적은 없는데 엄청 눈치주고 그것도 완전 천대꾸러기라 합니다.

    "협약서 말미에 '특례조항'을 넣어 만 18세 이상은 초과근로가 가능하도록 '꼼수'를 부렸다. 또, 천 명도 안 되는 전국의 근로감독관들이 6만 여명에 이르는 전국의 현장 실습생을 모니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데... 학교 선생들 외에 요즘은 별도로 근로감독관을 두는 모양인데, 그래도 6만명 갖고는 안됩니다. 한 실업계학교 한 과에 적으면 2개, 많으면 3,4개반인데 그 학생들을 다 감독하려면 그 과 교사 1명, 근로감독관 1명이서 감독 못합니다. 현실적으로 어렵지.

    안전교육도 제대로 안 돼있고, 부당노동이나 고용법에 대한 것도 모르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장인 애들을 상대로 초과근로를 시키려 들다니. 벼룩이 간을 꺼내먹을 놈들이지.

    실업계학교나 종합고등학교 실업계, 그리고 공과계통 전문대는 안 보내는게 좋다. 솔직히, 가서 배우는게 없습니다.

    저건 가난 문제라기보다는 우리나라 실업계 교육이 존나 썩어서 그런 것입니다.
  • 펠릭스 2013/01/23 00:40 # 답글

    그저 슬프고 울분이 터진다고밖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으흐흐흑
  • 백범 2013/01/23 11:12 #

    주변에 동생이나 조카분 아는 사람 있으면 실업계학교나 종합고등학교 실업계과는 절대 가지 말라고 하세요.

    그냥 꼴통인문계 나와서 공장 가는게 낫지. 기술은 무슨 기술을 배웁니까. 솔직히 자동차과 나와도 정비 제대로 하는 놈이 드물고, 건축과를 나와도 캐드 제대로 못다루는 놈이 수두룩합니다. 그런데다가 안전교육, 노동법, 근로기준법에 대한 교육까지 없으면 뭐... 안가는게 좋지요.

    특성화고등학교라고 간판만 바꿨지 그게 실업계고등학교입니다.
  • 잠꾸러기 2013/01/23 08:10 # 답글

    실업계 학생 인식이나 근로환경 열악한건 10여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더라는... 돈없어서 공고갔지만 내 경험 이후로는 절대 추천 안했고 앞으로도 그럴것. 내용보니 욕만 나오네.
  • 백범 2013/01/23 11:20 #

    저게 현실입니다. 아니 2000년대에도 뭐 근로기준법, 노동법, 초과근무, 안전요령에 대해서 안 가르치던가요? 지금도 거의 안 가르치겠네. 2000년대 이후에는 뭐 좀 달라졌으려나 했는데.

    뭐 환경오염 어쩌고 저쩌고 개소리들이 나와서 환경인가 뭔가 과목이 새로 생기고, 교련이 없어졌다고 하고 뭐 좀 바뀌었다고 들었는데... 그대로였군요. 하긴 그러니까 IMF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지. 나도 공고 출신이라서...

    주변에 동생이나 조카분 아는 사람 있으면 실업계학교나 종합고등학교 실업계과는 절대 가지 말라고 하세요. 저도 실업계 출신이지만 주변에 동생이나 조카들 있으면 실업계학교나 종합고등학교 실업계학과는 가지 말라고 합니다. 아니면 조금 수준낮은 인문계를 가는게 낫다고 말해줍니다. 저는... 제가 겪어봤지만 실업계는 안 가는게 좋아요.

    공고 상고가, 상고는 2000년대쯤 정보산업고등학교로 바꿨다가, 최근에 공고, 상고 다 특성화고로 이름 바꿨지요. 이름만 바꾸면 뭐합니까. 그대로인데... 실업계 학교나 종합고등학교 실업계학과는 안가는게 좋습니다. 배우는것 없으면 그냥 꼴통인문계 나와서 공장 가는게 낫지.
  • 생물적침략 2013/01/23 14:57 # 답글

    아는 친구중 한명이 옛날에 실업계에서 사고로 죽었습니다. 알고보니 교실에서 실험하다가 죽었더군요..
  • 카카루아가 2013/01/23 22:25 #

    실험 하다가요?
  • 생물적침략 2013/01/24 00:30 #

    뭐 화학 실험하다가 죽었다는데 폭발사고가 난 모양이더군요. 그냥 아는 친구라서 자세히는 몰라요
  • 백범 2013/01/24 10:08 #

    화공과나 화학과, 그리고 토목과(는 거의 드물지만)나 환경계열 쪽에서는 간혹 그런 사고가 벌어질 수는 있습니다.
  • ㅑㅑㅕ 2013/01/24 10:20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 이채은 2013/01/24 10:22 # 삭제 답글

    방가방가
  • 이채은 2013/01/24 10:24 # 삭제 답글

    나도언젠가는...,이라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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